[현장스케치]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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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파주에 간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파주는 1시간이면 광명에서 승용차로 갈 수 있어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어요.
파주시 출판단지에 도착 후, 지혜의 숲 ‘지지향’을 찾아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가 열리는 곳으로 갔어요.
출석 체크를 하고 명찰을 받아 목에 걸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레디백도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새해 달력과 다이어리, 수첩이 들어 있었어요.
1부 특강이 끝나고 점심시간에는 참가자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 후 포토 부스에서 사진도 찍고, 캘리그라피 부스에서 내가 원하는 좋은 글귀도 받았어요.
이번 행사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타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주관으로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자, 지금부터 이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드릴께요!
“기록의 도시, 출판의 도시 파주입니다. 파주 지지향이라는 공간에서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너와 내가 연결되어 기록의 가치를 확인하고 확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사회를 맡은 이수정 정책협력팀 과장은 컨퍼런스 시작을 알렸다.
이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은 환영사로
“저는 현장에서 여성운동을 하면서 기록 부분에 있어서 가장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은 늘 지배자들에 대한 기록만 있는 거였어요. 그리고 이제는 기억으로 살아갈 수 없고 기록으로 살아가야 하는 일상을 맞이하면서 기록이라는 부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기록활동가로서 본인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갈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에디터분들이 서로 연대하여 공익 기록에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이번 행사 기획 목적을 밝혔다.
1부 <특강> “나의 기록이 공익활동이 되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혹시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아시나요?
당시에 저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밀양을 살다’라는 책으로 펴냈습니다. 그 책이 2014년 4월에 나왔어요. 그리고 공교롭게 이 책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작가기록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밀양을 살다’를 기록하며 맺어졌던 인권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요. 당시에 뭐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저에게 주어졌던 게 기록이었고, 그래서 앞뒤 잴 것 없이 그냥 달려갔습니다.”
이때부터 박희정 기록활동가는 416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관이 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박희정 기록활동가는 10년 전 세월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안산지역 작가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서, 기록단이 맨 처음 한 일은 가족들 곁에서 함께 싸우는 일이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국가로부터 사찰을 당하고, 거기에 온갖 사람들이 다 몰려들어 사람을 믿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록단은 농성장이 열리면 달려가 같이 있어 주기도 하면서, 유족들에게 뭔가를 물을 수 있는 신뢰 관계를 만들고, 이야기 조각들을 쌓아 나갔다. 그 결과 2015년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족 기록지가 나올 수 있었다.
박희정 작가는 기록단은 모든 기록을 다 같이 읽어보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같이 논의하는 공동 기록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기록 자체가 대화를 통해서 같이 질문하고, 고민을 적어 가면서 만들어 내는 공동의 언어를 창출하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공유한 것을 자기 것으로 하지 않을 거라는 동료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같이 기록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록의 공동체, 애도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면서 단일 재난 피해자들을 10년에 걸쳐서 기록한 첫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록이 사회적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
박희정 기록활동가는 재난 참사라는 게 항상 빠르게 사건을 덮어버리고 일부 사람들만을 처벌하는 식으로 흐지부지하게 끝내고, 피해자들에게는 보상을 해주고 나서 대체로 한 달 이내에 사건들이 사회적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기록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그 안에서 이 이야기들이 계속 흐르게 하여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사회를 바꿔 애도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기록활동이라는 개념
박 인권기록활동가는 “저와 제 동료들은 우리 활동을 인권 기록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있는데요. 인권 기록 활동은 저희가 나름대로 정리한 원칙입니다. 어떤 내용이라든가 주제라든가 또 기록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인권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고요. 두 번째는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기록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인권 침해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즉 인권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원칙입니다. 마지막은 우리가 하는 일들은 현장에 연대 하고 그것을 통해서 현장의 어떤 언어들을 같이 빚어내고, 또 사회에 같이 전하는 활동을 통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인권의 가치가 확산하기를 바라며, 인권 운동으로서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인권기록활동가라는 생소한 명칭을 사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2019년에 몇몇 인권기록활동가들이 모여 인권 기록이 재생산되고 확산할 수 있으려면, 그걸 고민할 수 있는 단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인권 기록센터 ‘사이’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416 재단과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을 받아서 재난 참사 기록학교를 2023년 2월에 열었다. 그걸 통해서 이태원 기록단을 구성했고, 상시 아카이빙 활동과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참사는 골방에 머물지 않는다’라는 책을 펴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투쟁으로 재난 피해자들에게 인권이 있다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가 만들어져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희정 인권기록활동가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인터뷰할 때 질문지를 아무리 만들어 봐도 그 질문대로 답이 나오지 않자, 자신이 갖고 있는 기록에 대한 것들이 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서, 다시 듣고 묻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며,
“우리가 묻는다, 듣는다, 쓴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관성대로 쓰기가 쉬운데요. 그걸 계속해서 되물을 수 있는 어떤 걸림돌 같은 것을 일부러 나에게 놔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겼다.
2부 세션별 토론은 층을 달리해서 진행되어, 기자가 참여한 세션 1을 자세히 기록해보겠습니다.
세션 2가 궁금하신 분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타 아카이브를 참고하세요.
<시민과 함께하는 지역 아카이브>
“저는 파주에서 나고 자라고요. 파주에서 도서관 사서로 28년 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릴 얘기는 제가 도서관장으로서 파주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지역 기록화 작업을 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윤명희 교수는 말문을 열었다.
윤 교수는 2017년에 파주시 중앙도서관 관장이었다. 중앙도서관이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파주는 평화와 종전의 상징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고, 생태계 보고 DMZ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또한, 북파주권은 주민들의 역사 문화적 자원과 이야기가 풍부했다. 이런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해서 도서관이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해 당대뿐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전수해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기록해서 미래에 전수 하는 ‘기록하는 도서관’, ‘공존과 평화 통일을 준비하는 도서관’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도서관’이라는 비전을 만들고 왜 도서관이 기록해야 하는지 조직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록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공론화 작업으로 시작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2017년부터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하여’라는 주제로 6개의 강좌를 열었다. 그리고 강좌를 수강한 분 중에서 시민 채록단을 모집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분들과 함께 2주에 한 번씩 모였다. 먼저 시민 채록단은 40년 정도 평범하게 파주에서 삶을 살아온 분들을 2인 1조로 찾아가 인터뷰했다. 동시에 그때그때 워크숍이라든지 교육을 통해서 채록단을 계속 양성하고, 피 체록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계속 학습하게 했다. 활동 결과물을 1층 서가 한 편에 휴먼 IN PAJU라는 코너를 만들어 전시했다. 실제로 54년 동안 일기를 쓰신 이용복 선생님은 전시를 해드렸더니 이분 지인들이 다 오셨다. 또한 젊은 세대와 만남을 위해서 만남의 광장을 만들고 강사료도 지급해 드렸더니, 이용복 선생님에게 파주 중앙도서관은 자신의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며 윤 교수는 실제 사례를 덧붙였다.
어느 날 시장님이 방문해서 보시더니 흡족해하며 “중앙도서관이 파주 아카이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세요.”라고 말하자, 윤명희 교수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조직의 필요성을 시장님에게 건의 했다. 그리고 조직을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 하고 시민들에게 물어보며, 답을 구하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모아 추진 계획을 받아서, 5명으로 구성된 기록관리팀을 전국 최초로 도서관 내에 만들었다. 또한 생활 soc 사업으로 도서관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예산을 지원받아 수집한 것들을 시민들과 함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꿨다. 그리고 방음 시설이 된 스튜디오로 와서 구술 채록을 하고,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할 수 있게끔 장비도 구입했다. 나아가 중앙도서관이 이런 공간을 가지면서 기록화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 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민간 기록물 수집 관리 활용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에 근거해서 매년 민간 기록물 수집을 하고, 참여하는 활동가들한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하고, 민간 기록물 수집 위원회를 구성했다.
전문가, 지역활동가, 기록에 관심 있는 시민 등으로 구성된 시민 기록네트워크 구성
윤 교수는 파주의 기관들을 조사하다 보니, DMZ 생태연구소, 이모 경제지 연구소, 파주 이야기 가게도 있어 나름 민간 부문에서 기록 활동을 해오신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분들을 모아 시민 기록 네트워크를 만들어 더 전문적으로 확장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윤명희 교수는 자신이 파주도서관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총 9만 6천여 점의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에서 정책 수립 및 정책 활동으로 각 부서에서 어떤 일이 있을 때나, 옛날 자료를 찾거나 뭔가 행사를 기획할 때도 도서관으로 왔다. 특히 방송국에서도 6. 25라든지 전쟁 관련된 자료를 찾을 때 파주시 중앙도서관을 찾아왔다. 또한 현재는 중앙도서관이 기록물의 디지털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제에 맞게 의미를 찾으니까, 재미도 있는 거예요.
윤명희 교수는 시민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서 도서관이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여겨주고 내가 파주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통해서, 파주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바로 도시의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시민과 함께하는 지역 아카이브 사례 발표를 마쳤다.
<시민 기록 혁명, 아마추어리즘의 힘>
앞서 윤명희 교수의 공공기관 기록 사례와는 반대로 임민아 대표는 아마추어 기록을 들려주었다. “저는 현장을 막 다니다가 공익적인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에 머리 위에 온에어가 딱 뜹니다. 바로 그 순간에 카메라를 꺼내고 메모하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그 현장들을 기록합니다. 요즘은 아이패드도 들고 다니면서 드로잉을 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라며 자신을 파주 아이유라고 소개했다.
임민아 대표는 콘텐츠의 질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메시지를 얼마나 재미있게 잘 담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세상으로 끄집어내고, 이 끄집어낸 콘텐츠를 가지고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어서라며, 자신을 지역사회 커넥터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또한 아마추어리즘의 힘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어, 현장의 즉시성과 기록의 생동감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요즘은 SNS라든지 온라인 플랫폼들을 통해 긴급한 상황에서,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기록하고 생중계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구글 드라이브라든지 노션이라는 걸 통해서, 활동가들과 협업으로 계속 기록하고 그 과정을 함께 다듬어 가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임민아 대표는 시민 기록 프로젝트의 분야별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지역 신문 중에 부천의 ‘콩나물 신문’은 서민들에게 친근하고 가까운 신문이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2013년에 협동조합 형식으로 창간되었다. 추석 때 신문 지면 한 면을 통으로 윷판으로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하고, 백지로 내서 아이들의 낙서장으로 활용하게 하기도 하고, 세월호 기억을 담은 나비 종이접기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치원 동창회 내용을 취재해 기록하는 등 약간 신선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지면을 채우고, 시민들을 만났기 때문에 콩나물 신문은 매월 1만 원 이상 자동 이체를 하는 조합원이 300명 이상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임 사장이 간다’를 소개하며
“저는 현장을 누빌 때 스마트폰과 셀카봉 하나만 들고 다닙니다. 그래서 골목을 누비면서 임 사장이 간다라고 외치면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현장을 담아내는 거죠. 제 영상을 보시는 분들은 그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가 너무나 좋다고 말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최근에는 낯선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모여 공동체 출판을 했다.
주민들은 2년 정도 독서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공동주택 공동체 활동으로 발전했다. ‘아파트에서 다정한 이웃을 만나기까지’라는 책을 함께 만들었다. 책의 내용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책으로 소통하면서 이웃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임민아 대표는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어 공동체 기억을 쌓아가면서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이뤘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시민들에게 창의적으로 기록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민 기록 활성화의 핵심이라며,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그 일들을 진행해 나갈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민지(심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첫 번째 주제는 지역 기록이 어떻게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을까?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두 분이 기록화 과정에서 젊은 세대랑 소통하고자 노력하신 부분이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윤명희 교수
“일단은 공간을 바꾸니까 젊은이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도서관의 벽을 트고 턱을 낮춰서 공간을 확장해 누구나 그냥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했어요. 그랬더니 가까이에서 세대 간 서로의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청소년들과 어른 세대를 연결하기 위해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어른들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모아내는 일을 했어요. 어른들은 갈등이 있을 때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젊은 사람들은 매체를 다루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어르신들의 장점과 젊은 사람들의 장점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게 저의 소망이기도 해요. 또한 젊은 예술가들하고 기존에 우리가 한 것을 연결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를 위한 기회를 공공기관에서 많이 열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임민아 대표
“제가 2020년도에 파주에 이사 오고 나서 파주읍에 마을 살리기 팀에 가보았습니다.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 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마을회관이 있대요. 그래서 마을회관 2층에 마을 방송국을 조성 하고 ‘라떼는 말이야’라는 콘텐츠를 찍었습니다. 우리는 궁금하잖아요. 마을 병원을 짓는데 왜 자기 한 달 월급을 저렇게 갖다 내는지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어르신들에게 인터뷰해서 기록하는 겁니다. 저는 3년 정도 도와드리고 나왔고 지금은 마을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네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참여자 제안
“MZ세대들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 파주가 만약에 가능하다면, 시장님께 건의해서 한 6급 정도의 시장 직속으로 청년 정책보좌관 자리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청년 정책보좌관이 청년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하게 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민지(심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두 번째 주제는 지역의 재미 요소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입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읽을거리, 볼거리, 말할 거리로 지역의 재미 요소를 어떻게 발굴하는지 지역 소재를 찾는 노하우가 있다면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민아 대표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진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고 진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석이 하나씩 튀어나와요. 기록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거든요. 저는 현장에서 그런 감동이 오면, 그게 재미가 되어 지속 가능한 활동이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 책 한 권이 나올 거예요.”
-이민지(심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인스타그램이라는 SNS 플랫폼을 보면 스토리라는 기능이 있는데요. 그냥 바로 사진을 찍어서 거기에 텍스트를 입히고 음악도 입힐 수 있고, 링크도 걸 수 있습니다.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라는걸 통해서 사람들에게 질문하면 투표가 바로바로 되는 아주 신기한 기능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공익 기록도 조금 재미있고 쉬운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MZ세대의 일상 콘텐츠가 공익 기록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요?
-윤명희 교수
“지금 그 얘기 듣고 저런 분들하고 같이 일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나이는 어쩔 수 없어요. 저는 다양한 기회로 젊은이들과 연결되는 고리들을 많이 만들고, 거기에서 소재도 젊은이들과 연결된 걸 찾을 수 있도록, 윗세대와 공공기관들이 열린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짜놓은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 말고 청년들이 기획을 해오면 공간을 내주자는 겁니다. 시도해 보고 실패해도 괜찮고 또 해볼 수도 있고, 그런 공간이 우리 사회에 서 많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공공의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열린 도서관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방법이 있으면 많이 좀 제안해 주세요. 그래서 경직되어 보이는 이 공공조직에 틈을 내주는 걸 MZ세대들이 하길 바라봅니다.”
컨퍼런스 마지막 순서는 참여자 네트워크 시간이었습니다. 각자 한 명씩 돌아가며 소속과 이름을 소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공익 기록이 무엇인지 발표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홀씨기자단 이효희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익 기록은 나침판입니다. 그 이유는 방향을 모를 때 나침판을
꺼내 보듯이, 지난 기록을 열어 보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타 관계자들과 4기 아카이브 에디터분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공익기록에 대한 확실한 개념 정리가 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경험들도 들을 수 있어서 광명시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아 일부러 자세히 공공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광명에서 만나면 어떨까요? 물론 개인적인 바램이구요. 어쨌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파주에 간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파주는 1시간이면 광명에서 승용차로 갈 수 있어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어요.
파주시 출판단지에 도착 후, 지혜의 숲 ‘지지향’을 찾아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가 열리는 곳으로 갔어요.
출석 체크를 하고 명찰을 받아 목에 걸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레디백도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새해 달력과 다이어리, 수첩이 들어 있었어요.
1부 특강이 끝나고 점심시간에는 참가자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 후 포토 부스에서 사진도 찍고, 캘리그라피 부스에서 내가 원하는 좋은 글귀도 받았어요.
이번 행사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타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주관으로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자, 지금부터 이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드릴께요!
“기록의 도시, 출판의 도시 파주입니다. 파주 지지향이라는 공간에서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너와 내가 연결되어 기록의 가치를 확인하고 확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사회를 맡은 이수정 정책협력팀 과장은 컨퍼런스 시작을 알렸다.
이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은 환영사로
“저는 현장에서 여성운동을 하면서 기록 부분에 있어서 가장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은 늘 지배자들에 대한 기록만 있는 거였어요. 그리고 이제는 기억으로 살아갈 수 없고 기록으로 살아가야 하는 일상을 맞이하면서 기록이라는 부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기록활동가로서 본인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갈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에디터분들이 서로 연대하여 공익 기록에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이번 행사 기획 목적을 밝혔다.
1부 <특강> “나의 기록이 공익활동이 되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혹시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아시나요?
당시에 저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밀양을 살다’라는 책으로 펴냈습니다. 그 책이 2014년 4월에 나왔어요. 그리고 공교롭게 이 책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작가기록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밀양을 살다’를 기록하며 맺어졌던 인권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요. 당시에 뭐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저에게 주어졌던 게 기록이었고, 그래서 앞뒤 잴 것 없이 그냥 달려갔습니다.”
이때부터 박희정 기록활동가는 416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관이 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박희정 기록활동가는 10년 전 세월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안산지역 작가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서, 기록단이 맨 처음 한 일은 가족들 곁에서 함께 싸우는 일이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국가로부터 사찰을 당하고, 거기에 온갖 사람들이 다 몰려들어 사람을 믿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록단은 농성장이 열리면 달려가 같이 있어 주기도 하면서, 유족들에게 뭔가를 물을 수 있는 신뢰 관계를 만들고, 이야기 조각들을 쌓아 나갔다. 그 결과 2015년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족 기록지가 나올 수 있었다.
박희정 작가는 기록단은 모든 기록을 다 같이 읽어보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같이 논의하는 공동 기록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기록 자체가 대화를 통해서 같이 질문하고, 고민을 적어 가면서 만들어 내는 공동의 언어를 창출하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공유한 것을 자기 것으로 하지 않을 거라는 동료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같이 기록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록의 공동체, 애도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면서 단일 재난 피해자들을 10년에 걸쳐서 기록한 첫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록이 사회적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
박희정 기록활동가는 재난 참사라는 게 항상 빠르게 사건을 덮어버리고 일부 사람들만을 처벌하는 식으로 흐지부지하게 끝내고, 피해자들에게는 보상을 해주고 나서 대체로 한 달 이내에 사건들이 사회적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기록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그 안에서 이 이야기들이 계속 흐르게 하여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사회를 바꿔 애도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기록활동이라는 개념
박 인권기록활동가는 “저와 제 동료들은 우리 활동을 인권 기록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있는데요. 인권 기록 활동은 저희가 나름대로 정리한 원칙입니다. 어떤 내용이라든가 주제라든가 또 기록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인권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고요. 두 번째는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기록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인권 침해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즉 인권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원칙입니다. 마지막은 우리가 하는 일들은 현장에 연대 하고 그것을 통해서 현장의 어떤 언어들을 같이 빚어내고, 또 사회에 같이 전하는 활동을 통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인권의 가치가 확산하기를 바라며, 인권 운동으로서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인권기록활동가라는 생소한 명칭을 사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2019년에 몇몇 인권기록활동가들이 모여 인권 기록이 재생산되고 확산할 수 있으려면, 그걸 고민할 수 있는 단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인권 기록센터 ‘사이’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416 재단과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을 받아서 재난 참사 기록학교를 2023년 2월에 열었다. 그걸 통해서 이태원 기록단을 구성했고, 상시 아카이빙 활동과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참사는 골방에 머물지 않는다’라는 책을 펴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투쟁으로 재난 피해자들에게 인권이 있다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가 만들어져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희정 인권기록활동가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인터뷰할 때 질문지를 아무리 만들어 봐도 그 질문대로 답이 나오지 않자, 자신이 갖고 있는 기록에 대한 것들이 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서, 다시 듣고 묻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며,
“우리가 묻는다, 듣는다, 쓴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관성대로 쓰기가 쉬운데요. 그걸 계속해서 되물을 수 있는 어떤 걸림돌 같은 것을 일부러 나에게 놔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겼다.
2부 세션별 토론은 층을 달리해서 진행되어, 기자가 참여한 세션 1을 자세히 기록해보겠습니다.
세션 2가 궁금하신 분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타 아카이브를 참고하세요.
<시민과 함께하는 지역 아카이브>
“저는 파주에서 나고 자라고요. 파주에서 도서관 사서로 28년 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릴 얘기는 제가 도서관장으로서 파주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지역 기록화 작업을 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윤명희 교수는 말문을 열었다.
윤 교수는 2017년에 파주시 중앙도서관 관장이었다. 중앙도서관이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파주는 평화와 종전의 상징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고, 생태계 보고 DMZ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또한, 북파주권은 주민들의 역사 문화적 자원과 이야기가 풍부했다. 이런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해서 도서관이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해 당대뿐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전수해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기록해서 미래에 전수 하는 ‘기록하는 도서관’, ‘공존과 평화 통일을 준비하는 도서관’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도서관’이라는 비전을 만들고 왜 도서관이 기록해야 하는지 조직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록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공론화 작업으로 시작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2017년부터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하여’라는 주제로 6개의 강좌를 열었다. 그리고 강좌를 수강한 분 중에서 시민 채록단을 모집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분들과 함께 2주에 한 번씩 모였다. 먼저 시민 채록단은 40년 정도 평범하게 파주에서 삶을 살아온 분들을 2인 1조로 찾아가 인터뷰했다. 동시에 그때그때 워크숍이라든지 교육을 통해서 채록단을 계속 양성하고, 피 체록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계속 학습하게 했다. 활동 결과물을 1층 서가 한 편에 휴먼 IN PAJU라는 코너를 만들어 전시했다. 실제로 54년 동안 일기를 쓰신 이용복 선생님은 전시를 해드렸더니 이분 지인들이 다 오셨다. 또한 젊은 세대와 만남을 위해서 만남의 광장을 만들고 강사료도 지급해 드렸더니, 이용복 선생님에게 파주 중앙도서관은 자신의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며 윤 교수는 실제 사례를 덧붙였다.
어느 날 시장님이 방문해서 보시더니 흡족해하며 “중앙도서관이 파주 아카이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세요.”라고 말하자, 윤명희 교수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조직의 필요성을 시장님에게 건의 했다. 그리고 조직을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 하고 시민들에게 물어보며, 답을 구하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모아 추진 계획을 받아서, 5명으로 구성된 기록관리팀을 전국 최초로 도서관 내에 만들었다. 또한 생활 soc 사업으로 도서관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예산을 지원받아 수집한 것들을 시민들과 함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꿨다. 그리고 방음 시설이 된 스튜디오로 와서 구술 채록을 하고,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할 수 있게끔 장비도 구입했다. 나아가 중앙도서관이 이런 공간을 가지면서 기록화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 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민간 기록물 수집 관리 활용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에 근거해서 매년 민간 기록물 수집을 하고, 참여하는 활동가들한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하고, 민간 기록물 수집 위원회를 구성했다.
전문가, 지역활동가, 기록에 관심 있는 시민 등으로 구성된 시민 기록네트워크 구성
윤 교수는 파주의 기관들을 조사하다 보니, DMZ 생태연구소, 이모 경제지 연구소, 파주 이야기 가게도 있어 나름 민간 부문에서 기록 활동을 해오신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분들을 모아 시민 기록 네트워크를 만들어 더 전문적으로 확장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윤명희 교수는 자신이 파주도서관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총 9만 6천여 점의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에서 정책 수립 및 정책 활동으로 각 부서에서 어떤 일이 있을 때나, 옛날 자료를 찾거나 뭔가 행사를 기획할 때도 도서관으로 왔다. 특히 방송국에서도 6. 25라든지 전쟁 관련된 자료를 찾을 때 파주시 중앙도서관을 찾아왔다. 또한 현재는 중앙도서관이 기록물의 디지털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제에 맞게 의미를 찾으니까, 재미도 있는 거예요.
윤명희 교수는 시민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서 도서관이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여겨주고 내가 파주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통해서, 파주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바로 도시의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시민과 함께하는 지역 아카이브 사례 발표를 마쳤다.
<시민 기록 혁명, 아마추어리즘의 힘>
앞서 윤명희 교수의 공공기관 기록 사례와는 반대로 임민아 대표는 아마추어 기록을 들려주었다. “저는 현장을 막 다니다가 공익적인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에 머리 위에 온에어가 딱 뜹니다. 바로 그 순간에 카메라를 꺼내고 메모하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그 현장들을 기록합니다. 요즘은 아이패드도 들고 다니면서 드로잉을 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라며 자신을 파주 아이유라고 소개했다.
임민아 대표는 콘텐츠의 질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메시지를 얼마나 재미있게 잘 담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세상으로 끄집어내고, 이 끄집어낸 콘텐츠를 가지고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어서라며, 자신을 지역사회 커넥터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또한 아마추어리즘의 힘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어, 현장의 즉시성과 기록의 생동감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요즘은 SNS라든지 온라인 플랫폼들을 통해 긴급한 상황에서,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기록하고 생중계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구글 드라이브라든지 노션이라는 걸 통해서, 활동가들과 협업으로 계속 기록하고 그 과정을 함께 다듬어 가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임민아 대표는 시민 기록 프로젝트의 분야별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지역 신문 중에 부천의 ‘콩나물 신문’은 서민들에게 친근하고 가까운 신문이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2013년에 협동조합 형식으로 창간되었다. 추석 때 신문 지면 한 면을 통으로 윷판으로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하고, 백지로 내서 아이들의 낙서장으로 활용하게 하기도 하고, 세월호 기억을 담은 나비 종이접기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치원 동창회 내용을 취재해 기록하는 등 약간 신선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지면을 채우고, 시민들을 만났기 때문에 콩나물 신문은 매월 1만 원 이상 자동 이체를 하는 조합원이 300명 이상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임 사장이 간다’를 소개하며
“저는 현장을 누빌 때 스마트폰과 셀카봉 하나만 들고 다닙니다. 그래서 골목을 누비면서 임 사장이 간다라고 외치면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현장을 담아내는 거죠. 제 영상을 보시는 분들은 그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가 너무나 좋다고 말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최근에는 낯선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모여 공동체 출판을 했다.
주민들은 2년 정도 독서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공동주택 공동체 활동으로 발전했다. ‘아파트에서 다정한 이웃을 만나기까지’라는 책을 함께 만들었다. 책의 내용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책으로 소통하면서 이웃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임민아 대표는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어 공동체 기억을 쌓아가면서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이뤘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시민들에게 창의적으로 기록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민 기록 활성화의 핵심이라며,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그 일들을 진행해 나갈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민지(심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첫 번째 주제는 지역 기록이 어떻게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을까?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두 분이 기록화 과정에서 젊은 세대랑 소통하고자 노력하신 부분이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윤명희 교수
“일단은 공간을 바꾸니까 젊은이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도서관의 벽을 트고 턱을 낮춰서 공간을 확장해 누구나 그냥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했어요. 그랬더니 가까이에서 세대 간 서로의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청소년들과 어른 세대를 연결하기 위해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어른들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모아내는 일을 했어요. 어른들은 갈등이 있을 때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젊은 사람들은 매체를 다루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어르신들의 장점과 젊은 사람들의 장점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게 저의 소망이기도 해요. 또한 젊은 예술가들하고 기존에 우리가 한 것을 연결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를 위한 기회를 공공기관에서 많이 열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임민아 대표
“제가 2020년도에 파주에 이사 오고 나서 파주읍에 마을 살리기 팀에 가보았습니다.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 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마을회관이 있대요. 그래서 마을회관 2층에 마을 방송국을 조성 하고 ‘라떼는 말이야’라는 콘텐츠를 찍었습니다. 우리는 궁금하잖아요. 마을 병원을 짓는데 왜 자기 한 달 월급을 저렇게 갖다 내는지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어르신들에게 인터뷰해서 기록하는 겁니다. 저는 3년 정도 도와드리고 나왔고 지금은 마을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네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참여자 제안
“MZ세대들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 파주가 만약에 가능하다면, 시장님께 건의해서 한 6급 정도의 시장 직속으로 청년 정책보좌관 자리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청년 정책보좌관이 청년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하게 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민지(심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두 번째 주제는 지역의 재미 요소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입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읽을거리, 볼거리, 말할 거리로 지역의 재미 요소를 어떻게 발굴하는지 지역 소재를 찾는 노하우가 있다면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민아 대표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진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고 진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석이 하나씩 튀어나와요. 기록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거든요. 저는 현장에서 그런 감동이 오면, 그게 재미가 되어 지속 가능한 활동이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 책 한 권이 나올 거예요.”
-이민지(심지,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인스타그램이라는 SNS 플랫폼을 보면 스토리라는 기능이 있는데요. 그냥 바로 사진을 찍어서 거기에 텍스트를 입히고 음악도 입힐 수 있고, 링크도 걸 수 있습니다.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라는걸 통해서 사람들에게 질문하면 투표가 바로바로 되는 아주 신기한 기능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공익 기록도 조금 재미있고 쉬운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MZ세대의 일상 콘텐츠가 공익 기록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요?
-윤명희 교수
“지금 그 얘기 듣고 저런 분들하고 같이 일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나이는 어쩔 수 없어요. 저는 다양한 기회로 젊은이들과 연결되는 고리들을 많이 만들고, 거기에서 소재도 젊은이들과 연결된 걸 찾을 수 있도록, 윗세대와 공공기관들이 열린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짜놓은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 말고 청년들이 기획을 해오면 공간을 내주자는 겁니다. 시도해 보고 실패해도 괜찮고 또 해볼 수도 있고, 그런 공간이 우리 사회에 서 많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공공의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열린 도서관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방법이 있으면 많이 좀 제안해 주세요. 그래서 경직되어 보이는 이 공공조직에 틈을 내주는 걸 MZ세대들이 하길 바라봅니다.”
컨퍼런스 마지막 순서는 참여자 네트워크 시간이었습니다. 각자 한 명씩 돌아가며 소속과 이름을 소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공익 기록이 무엇인지 발표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홀씨기자단 이효희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익 기록은 나침판입니다. 그 이유는 방향을 모를 때 나침판을
꺼내 보듯이, 지난 기록을 열어 보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타 관계자들과 4기 아카이브 에디터분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공익기록에 대한 확실한 개념 정리가 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경험들도 들을 수 있어서 광명시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아 일부러 자세히 공공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광명에서 만나면 어떨까요? 물론 개인적인 바램이구요. 어쨌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