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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칼럼] 김치와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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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공동체 '사라지는 김장, 함께였던 기억'

김장의 역사와 시작
김장은 겨울 동안의 먹거리를 위해 배추와 무 등을 저장하던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신선한 채소를 먹기 어려웠기에, 조상들은 움집이나 굴을 파고 채소를 그대로 저장하거나, 소금과 장에 절여 저장성을 높였습니다. 김치가 언제부터 우리 식탁의 중심 반찬이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채소를 절여 저장하는 문화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九冬至)에 대비한다”는 기록이 등장하고, 당시에는 채소가공품을 저장하는 ‘요물고(料物庫)’라는 시설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이 683년에 왕비를 맞이하며 내린 예물 중 ‘해(醢)’라는 발효 식품이 등장하는데, 이를 젓갈이나 김치류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자연의 순환에 대응해 지혜롭게 살아온 생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장 풍경을 기억하시나요?
1980년대 겨울 초입이 되면, 집집마다 연탄을 들이고 배추를 사들이는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몇 포기가 아니라 몇 백 포기씩 대대적인 김장을 해야 했으니, 한 집의 품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장철이 시작되면 친척과 이웃, 일가붙이들이 모여 품앗이 김장을 했습니다. 오늘 한 집 김장이 끝나면 내일은 옆집 차례였고, 사람과 재료가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공동체의 협력과 연대가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시기였습니다.

집 앞 골목에는 리어카와 수레로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마당마다 고무다라이가 줄지었습니다. 아이들 몇몇은 그 커다란 다라이 안에 들어가 놀 수 있을만한 크기였지요.

 김장하는 동안에는 배춧국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풍성한 겉잎을 모아 끓인 국에 고기를 넣으면 국밥이 됩니다. 여유가 없는 집은 내장을 넣어 곱창배춧국을 만들었습니다. 겨울 초입 추운 김장의 긴 여정은 배춧국과 함께이었지요. 밤이 되면 절인 배추를 뒤집고, 새벽까지 물을 빼며 수고를 이어갔습니다.

양념이 완성되고 나면 본격적인 김치 담그기가 시작됩니다.

온 집안에 고춧가루와 마늘 향이 가득 퍼지고, 드디어 국솥이 비워지면 돼지고기 수육이 삶아집니다. 방금 버무린 김치와 따끈한 수육 한 점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맛이었습니다.

김장, 공동체의 상징
김장이 끝난 뒤에는 이웃 간 김치 나눔이 이어졌습니다. “이건 우리 김치야, 맛 좀 봐.” 하며 서로 김치를 나누는 정이 오갔고, 그 마음이 겨울 내내 안부를 잇는 끈이 되었습니다. 김치는 그렇게 마을 공동체의 상징이자 정(情)의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냉장고와 시장 덕분에 김장철의 풍경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 시절 김장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매년 김장을 되풀이 할 때 마다 어느 집은 [무엇을 넣으니 맛이 있더라. 이렇게 하니 좀 느리게 시더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지요.

김장은 결국, 음식이 아닌 관계의 발효였던 셈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한 '2021 김치산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김치를 직접 담가 조달한다는 비중은 22.6%로 2017년보다 33.7%포인트(p)나 줄었다고 합니다. 이 비중은 2017년 56.3% 수준에서 2018년 51.3%, 2019년 41.7%로 줄었고 코로나 첫해인 2020년 23.6%로 급감한 데 이어 2021년 22.6%로 소폭 더 감소했다고 하네요.

 김치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우리에게 공동체와 요리 문화의 상징입니다. 예전에는 김장을 통해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고, 그때그때 필요한 다른 김치나 생김치를 소량 만들어 먹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김장으로 준비된 김치는 다양한 김치 요리의 기반이 되었고,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맛과 조리법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가정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신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 김치의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요. 편리함과 시간 절약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김치 요리 문화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김치찜처럼 많은 양의 김치를 푹 쪄서 만들어야 하는 요리는 이제 가격 부담과 조리 부담 때문에 집에서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몇 포기씩 냄비에 넣고 만드는 방식은 사먹는 김치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김치가 ‘사먹는 음식’으로 전환되면서, 계절과 가족, 요리에 얽힌 문화적 경험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 걸까요. 김치 한 포기가 단순한 반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지요.

 집집이 배추를 사들이는 풍경은 오래전에 사라졌습니다. 담글 수 있는 집들도 대부분 편리한 절임 배추를 이용합니다. 대다수 젊은 부부들은 김장보다는 마트의 브랜드 김치를 골라 먹는 편이 더 간편하다며, 김장이나 김치 담그기를 주저합니다. 사먹는 김치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몇 가지 문제는 존재합니다. 특히 외산 재료를 사용해 저렴하게 판매되는 김치는 위생이나 영양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탄소 발자국 발생이 높아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자가 제조 김치와 사먹는 김치의 비교

                                        자가 제조 김치                                                                      사먹는 김치
건강/영양    나트륨, 조미료 조절가능, 발효 조정 가능              나트륨 과다 가능, 보존료·색소·감미료 첨가, 발효 상태 균일하지 않음

맛/품질        재료 신선, 계절·지역 특성 반영, 풍미 다양            균일화된 맛, 계절감·지역 특색 부족, 장거리 유통으로 신선도 하락 가능

가격/경제    재료 비용만 부담, 장기적으로 경제적                    포장·유통비·광고비 포함, 직접 담그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쌈

편리성        시간·노력 필요, 준비 과정 번거로움                      즉시 구매 가능, 시간·노력 절약

환경            포장재 최소, 음식물 쓰레기 조절 가능,                  플라스틱·진공 포장으로 환경 부담, 폐기율 증가,
                    지역 농산물 이용시              단가 문제로 싼 수입 재료 사용
                    탄소 발자국 줄일 수 있음                        탄소 발자국이 다량 발생

문화/사회    가족·이웃과 함께 담그며 공동체·전통 유지          김장 문화 약화, 지역 특산·다양성 감소

보관/유통    보관 온도·기간 직접 조절 가능                              유통 과정 장거리 이동, 신선도 및 발효 상태 관리 제한

 배달 음식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김치가 필수 반찬도 아닙니다. 대가족 단위로 담그던 공동체 문화도 약화 되었습니다. 가족 구조의 변화와 편리함에 기반한 소비도 문제가 됩니다. 이대로라면 [김치종주국] 이라는 상징적 위치마저 흔들리겠지요. 단순히 소비만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김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밥상 위의 김치를 살아 숨 쉬는 경험으로 이어 세대 간 전승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식탁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편리함만 보고 사먹는 김치에 익숙해질 것인지, 조금의 수고와 시간을 들여 직접 담아보고 가족과 이웃의 관계를 이어갈지] 말입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을 점검해 보십시오. 당신의 김치는 지금 어떤 위치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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